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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그레타 거윅 감독 여성 서사의 흐름을 이끌다

by 초록달팽이1 2025. 6. 16.

최근 몇 년 사이, 할리우드에서 여성 감독의 존재감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그 중심에는 배우 출신이자 감독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진 그레타 거윅(Greta Gerwig)이 있습니다. 그녀는 단순히 ‘여성이 만든 영화’라는 틀을 넘어, 여성의 삶과 성장, 정체성을 섬세하게 풀어내며 전 세계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죠. 이번 글에서는 그레타 거윅 감독이 어떤 방식으로 여성 서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는지, 그녀의 작품과 영화 언어를 통해 조명해 보겠습니다.

목차
1. 배우에서 감독으로, 그레타 거윅의 여정
2. 『레이디 버드』와 『작은 아씨들』의 메시지
3. 바비까지, 주류 영화 안의 새로운 여성 서사

그레타 거윅 감독
그레타 거윅 감독

1. 배우에서 감독으로, 그레타 거윅의 여정

 

그레타 거윅은 처음부터 감독으로 시작한 인물은 아닙니다. 그녀는 배우로 먼저 활동하며 인디 영화계에서 '내추럴하고 진심 어린 연기'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노아 바움백 감독과 함께한 작품들에서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통해 20대 여성의 혼란과 자아 탐색을 깊이 있게 그려냈죠. 하지만 그녀는 연기에만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연출과 각본에 대한 열정을 키워가며,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단순한 진로 변경이 아니라, 여성이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직접 마련하겠다는 선언에 가까웠습니다. 2017년, 그녀는 연출 데뷔작인《레이디 버드(Lady Bird) 》 를 통해 감독으로서의 재능을 증명했습니다. 이 작품은 자전적인 요소를 담은 성장 영화로, 딸과 어머니의 관계, 청춘의 불안정함, 여성의 자기 확립을 탁월하게 그려내며 평단과 관객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특히 ‘작지만 강렬한 감정의 축적’을 통해 보는 이에게 잔잔하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죠. 이후 거윅 감독은 단순히 “배우 출신 감독”이 아닌, 현대 여성 서사를 대표하는 창작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녀의 영화는 여성 인물 중심의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는 세대 갈등, 계급, 자아 정체성 등 사회 전반의 이슈도 자연스럽게 스며 있습니다.

 2. 『레이디 버드』와 『작은 아씨들』의 메시지

《레이디 버드》는 2000년대 초 미국 캘리포니아를 배경으로, 고등학생 소녀의 성장과 가족 관계를 담은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특별한 사건’ 없이도 인물의 감정이 섬세하게 흐른다는 점입니다. 사춘기 소녀가 부모와의 갈등, 첫사랑, 진학의 고민을 겪는 평범한 과정을 통해, 누구나 자신의 청춘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들죠. 거윅 감독은 여기서 여성의 감정을 지나치게 과장하지도, 축소하지도 않습니다. 사소한 언쟁 속에도 캐릭터의 자존심과 사랑이 교차하며, 이면에 숨어 있는 감정의 흐름이 매우 사실적으로 드러납니다. 이는 바로 ‘여성의 일상도 충분히 드라마가 될 수 있다’는 그녀의 시선이 잘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2019년에는 루이자 메이 올컷의 고전 소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은 아씨들(Little Women)》을 발표합니다. 이 작품은 기존에 비해 훨씬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들을 내세워, 여성의 직업적 자립과 창작에 대한 욕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다시 구성했습니다. 조 마치가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고 선언하는 장면은 단순한 각색을 넘어, 고전문학 속 여성 주체의 의미를 재해석한 사례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한 남성 중심의 서사를 뒤흔들면서도 원작의 감성과 시대성을 해치지 않는 섬세한 연출은, 그녀가 단지 페미니즘적 메시지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보편성과 감동을 함께 끌어낼 수 있는 감독이라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3. 바비까지, 주류 영화 안의 새로운 여성 서사

 

2023년, 그레타 거윅은 《바비(Barbie)》로 돌아옵니다. 상업 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감독과 각본을 동시에 맡았고, 세계적인 인형 브랜드 '바비'를 통해 여성의 정체성과 현실을 통찰력 있게 그려냈습니다.《바비》는 겉으로는 유쾌한 코미디 같지만, 그 안에 현대 사회의 여성성, 고정관념, 젠더 권력 구조에 대한 진지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핑크빛 환상 속 세계와 현실 세계를 오가며, "나는 누구인가", "여자는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같은 질문을 던지며 많은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겼죠. 이 영화의 가장 큰 의미는, 주류 대중영화에서도 ‘여성 서사’가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상업적으로 증명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예술영화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흥행이라는 성과를 거두며 여성 중심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거윅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관객에게 설교하듯 전하지 않고, 위트와 유머, 음악과 패션, 캐릭터의 행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합니다. 이것이야말로 그녀의 작품이 널리 사랑받는 이유일 것입니다.

 

마치며

그레타 거윅은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감독 중 한 명입니다. 그녀는 여성 중심 이야기를 통해 단순한 감정 소모를 넘어, 진짜 삶, 진짜 고민, 진짜 감정을 전달합니다. 배우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한 명의 창작자이자 영화 언어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하는 감독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녀의 작품들은 여성 서사의 한계를 넓히는 동시에, 영화를 통해 개인의 이야기가 어떻게 보편적 감동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앞으로 그녀가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펼칠지, 세계 영화계는 계속 주목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