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포레스트] 후기-여름날의 고향냄새

리틀 포레스트는 바쁜 도시에서 지친 청춘이 시골로 돌아와 계절의 흐름과 음식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특별한 사건이나 갈등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 영화는, 자연과 요리, 그리고 '쉼'이라는 키워드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줍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의 줄거리, 등장하는 계절 음식들, 그리고 개인적인 감상을 나누어보려 합니다.

 

 

 

줄거리

주인공 혜원은 도시 생활에 지쳐 고향 마을로 돌아옵니다. 대도시의 삶 속에서 자신을 놓치고 있다고 느낀 그녀는,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살던 시골집에서 계절을 따라 살아갑니다. 영화는 혜원이 어떤 특별한 사건을 계기로 귀향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 말할 수 없는 이유로 잠시 멈추기 위해 돌아왔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공감을 줍니다. 혜원은 시골에서 혼자 밥을 해 먹고, 텃밭을 가꾸고, 이웃 친구 재하와 은숙과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영화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혜원의 감정이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겨울의 고요함, 봄의 생기, 여름의 풍성함, 가을의 여운 속에서 그녀는 도시에서 겪었던 스트레스와 자기부정,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차분히 마주합니다. 플롯은 매우 단순하지만, 오히려 그 단순함이 주는 힘이 큽니다. 화려한 사건이나 극적인 갈등 없이도 인물의 내면이 깊게 전달됩니다. 결국 혜원은 떠났던 삶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이곳에서의 삶을 계속할지를 스스로 선택하게 되며 영화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리틀포레스트속의 음식이 주는 소리

리틀 포레스트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음식'입니다 혜원은 정해진 레시피 없이,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제철 재료를 활용해 조용히, 차분히 요리합니다.

 

고구마로도 수제비를 만든다는 이 영화를 보고 알았습니다. 삶은 고구마를 으깨 밀가루와 반죽을 만들고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손으로 치대 반죽을 완성한 뒤, 적당한 크기로 떼어냅니다. 그리고 국물은 된장과 마늘을 푼 멸치 육수.반죽을 손으로 납작하게 눌러 국물에 하나씩 넣고 익히며, 국물 맛을 보며 간을 맞춥니다. 요란한 조리법 없이 단순하고 조용하게 진행되며, 식탁에는 구수한 향이 퍼지는 듯 했습니다.

 

이렇듯  영화는 요리가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기억과 정서를 위로하는 수단임을 보여줍니다. 계절별로 다양한 음식들이 등장하며, 각각이 혜원의 기억과 감정을 자극하는 매개체가 됩니다.

겨울에는 고구마 수제비와 대파전을 해 먹으며 추위를 이겨내고, 봄이 오면 어린 냉이와 달래를 넣은 된장국을 끓이고, 여름엔 오이소박이와 매실청을 담그며 땀을 식힙니다. 가을에는 직접 재배한 재료로 밥을 짓고, 밤과 고구마로 간식을 만들어 먹습니다.

이 모든 음식은 인공적인 조리법 없이 ‘있는 재료로 맛을 살리는 법’을 통해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요리법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요리 과정을 느리게 보여주며, 마치 관객이 그 자리에 함께 있는 듯한 감각을 줍니다. 자막 없이 음식이 끓는 소리, 나무를 자르는 소리, 쌀을 씻는 소리 등은 ASMR처럼 관객을 영화 속에 몰입시킵니다.

 

느낀 점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나서 느낀 감정은 '이렇게 잠깐 멈추는 것도 괜찮구나'라는 안도감이었습니다. 도시에서 치여 살다 보니 ‘멈춘다’는 건 실패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조용히 말해줍니다. “조금 쉬어도 괜찮아. 지금 이 순간도 너의 일부야.” 라고 말입니다.  혜원이 고향으로 돌아가 조용히 밥을 짓고, 밭을 돌보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그런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특별한 사건 없이도 마음이 계속 움직였고, 계절 따라 흐르는 자연처럼, 감정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다는 걸 이 영화가 알려줬습니다. 이 영화가 좋았던 건, 뭔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고 그냥 옆에 조용히 있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정답도 없고, 방향도 없지만 그게 오히려 위로가 되는 영화였습니다. 혜원이 선택을 스스로 내리는 과정에서 저도 제 삶을 한 번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그리고 음식.단순히 맛있어 보였다는 걸 넘어서, 정성껏 요리하고 조용히 한 숟갈씩 먹는 모습이 어쩌면 이 영화 전체의 감정을 가장 잘 보여준 장면 같았습니다. 요즘처럼 바쁘고 복잡한 세상에서, 이렇게 단순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만난 건 저한테 큰 선물이었습니다.  리틀 포레스트는 자극적이진 않으면서 잔잔하게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이 영화가 말 그대로 ‘삶의 쉼표’ 같은 작품이었습니다.